작성일 : 10-03-04 19:16
세계일보 2009.09.16 가야금과 트로트의 만남… 국악을 대중에 더 가까이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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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과 트로트의 만남… 국악을 대중에 더 가까이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 준 쌍둥이 가수 ‘가야랑’의 이예랑·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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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을 하는 예랑(왼쪽)과 사랑이라는 의미에서 ‘가야랑’으로 이름을 지은 쌍둥이 자매 가야금 가수. 자매는 전 국민이 가야금을 사랑하고 즐기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 노래하고 연주하겠다고 다짐했다.
“기대 이상으로 사랑을 많이 받아, 요즘 같아서는 밑도 끝도 없이 행복합니다. 살아가는 원동력이 주고받는 사랑에서 온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정말, 팬들의 격려가 이렇게 큰 힘이 되는 줄 몰랐습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남에 번쩍 하며 전국을 종횡무진하는 쌍둥이 자매가 있다. 언니가 이예랑이고, 동생이 이사랑. 올해 스물여덟 살. 대한민국 1호 가야금 가수 ‘가야랑’이다. 한국종합예술학교 국악과 대학원 출신의 예랑과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을 마친 재원인 사랑은 지난해 봄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정통 국악도로서는 처음으로 가야금 반주에 맞춰 트로트 음반 ‘수리수리 마수리’를 낸 것. 앨범의 반응은 뜨거웠다. 더욱이 MBC TV 국악 프로그램 ‘얼쑤! 우리 가락’ 진행을 2년여 맡은 것을 비롯해 최근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과 토크쇼 ‘아침마당’, SBS 예능프로 ‘스타킹’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얼굴이 알려져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가수가 됐다.

“개설한 지 얼마 안 되는 팬카페(CAFE.DAUM.NET/KAYARANG)에 가입한 분들을 보면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합니다. 가야랑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시면 먼길도 마다 않고 공연장으로 직접 만나러 오십니다. 어머님들은 갈아 만든 주스를 가져오시고, 아버님들께서는 인삼 뿌리를 건네는 등 건강까지 챙겨주십니다.”

가야랑 팬들은 단지 공연만 즐기는 게 아니다. 팬카페 게시판에 ‘가야금산조란?’ 등의 게시물을 올려놓고 함께 우리 음악·우리 문화 알아가기 운동을 한다. 회원 중에는 집 근처 문화센터에 등록해 가야금 배우기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가야랑 공연을 보고 우리 음악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가야랑 현상’으로 불릴 만한 이런 놀라운 일 앞에 쌍둥이 자매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요즘은 미국, 태국, 싱가포르, 두바이 교민들까지 팬 카페에 응원의 글을 올려놓는다.

 
◇‘띵동 띵동∼’ 고즈넉한 가야금 반주가 한동안 이어지다 느닷없이 경쾌한 트로트곡 ‘수리수리 마수리∼’가 튀어나와 흥을 돋구는 대한민국 1호 가야금 가수 ‘가야랑’의 공연 모습. 요즘 각종 공연장 섭외 1순위다.
“노래하는 가수를 좋아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우리를 뒤에서 돕는 느낌입니다. 명문 예술대를, 그것도 수석으로 졸업해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대중이 좋아하고 즐기는 음악을 하는 게 진정 예인의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예랑)

“가끔 스스로에게 되묻곤 해요. 가야금으로 전통음악만을 연주해야 하는가? 가야금으로 내가 즐기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왜 대중에게는 새로운 것일까? 나는 대중이 아닌가? 음악에 내재된 사회적 편견들은 어떻게 형성된 것인가? 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가야랑 활동에 매진할 수밖에 없습니다.”(사랑)

예랑은 판사를 지낸 할아버지와 공부를 계속하라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법관이 되려다 가야금대회에 나가면 학교를 며칠 빼준다는 담임 선생님 말에 솔깃해 고교 1학년 여름방학 때 가야금에 처음 입문했다. 가야금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나간 한밭전국가야금대회에서 고등부 최우수상, 대학원 재학 중에 참가한 김해가야금대회에선 대통령상 수상과 중요무형문화재 23호 이수자가 되는 영예를 동시에 안았다. 둘 다 최연소(24세) 기록이다.

“너무 젊은 나이에 가야금 명인이라는 말을 듣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가야금이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가야금 전공자로서 클래식만이 최고이고, 대중음악은 한 수 낮다고 보는 편견도 깨고 싶었습니다. 액자 속에서 고이 잠들어 있던 가야금을 꺼내주고 싶었던 것이지요.”(예랑)

“가야금은 나무와 명주실로 만들어진 자연의 악기이자, 다양한 색깔이 있는 무지개 같은 악기지요. 무지개 빛깔을 단언할 수 없듯이 가야금은 무궁무진한 아름다운 선율을 지니고 있습니다. 생명체와 같지요. 호흡하고 있으며 사람에게 반응을 합니다. 심지어는 말을 알아듣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러므로 가야랑은 예랑·사랑과 가야금이 함께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예랑)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지난해 4가지 유파의 가야금산조를 모두 담은 ‘앓음다움’을 낸 가야랑은 최근 트로트 앨범 2집 ‘아기자기’ 녹음을 마쳤다. 국악인이자 대중 가수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가야금 연주자와 트로트,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습니다. 트로트를 통해서 가야금을, 아니 국악을 대중화하려는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나비가 꽃밭에서 어느 꽃에 앉을 것인지 단정할 수 없듯이, 앞으로의 길에 대해서도 미리 규정 짓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 음악’이라는 꽃에 어울리는 어여쁜 나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니, 계속 응원해 주십시오. 정말 바라는 것은 기적이라도 일어나서 가야금이란 악기가 전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수리수리 마수리 사바하∼.”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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